7년 만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채용사전심사제'가 전면 개정됩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이번 개정안은 공정수당 지급 기준부터 심사 대상 확대까지 꽤 넓은 범위를 다루고 있습니다. 제가 도서관에서 비정규직 인력 구조를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느낀 것들과 이번 정책을 비교해보니, 제대로 작동할 부분과 여전히 빠진 부분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공정수당이란 무엇이고, 왜 지금인가
이번 개정안의 핵심 중 하나는 공정수당(Fair Allowance)의 지급 대상과 방법을 명확히 했다는 점입니다. 공정수당이란 비정규직 노동자가 고용 불안정성을 감수하는 데 따른 보상 명목으로 지급하는 수당으로, 쉽게 말해 "계약직이라는 리스크에 대한 추가 급여"입니다. 지금까지는 이 기준이 기관마다 들쭉날쭉했고, 실제 지급 여부조차 제각각이었습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제가 직접 관련 현장을 지켜본 바로는, 초단시간 근로자는 이런 수당에서 아예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이 부분을 명시적으로 건드렸습니다. 초단시간 근로자, 즉 주 15시간 미만 근무자에게도 근로시간에 비례해 공정수당과 주휴수당을 지급하도록 규정한 것입니다. 주휴수당이란 1주일 동안 소정 근로일수를 개근한 노동자에게 유급으로 주어지는 하루치 임금으로, 단시간 근로자는 그동안 사실상 사각지대에 있었습니다.
또한 관행적으로 1월 2일부터 근로계약을 시작하던 방식도 지양하도록 했습니다. 1월 1일이 공휴일이라는 이유로 근로 시작일을 하루 미루던 것이 쌓이면 퇴직금, 연차 산정 등에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은 항목처럼 보이지만, 저는 이런 디테일이 오히려 현장 체감도를 높이는 데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전심사제 확대, 형식이 아닌 실질로
채용 사전심사제(Pre-screening System)란 공공기관이 비정규직을 채용하기 전에 해당 업무가 정규직으로 충당 가능한지를 미리 심사하는 절차입니다. 쉽게 말해 "이 자리, 굳이 계약직으로 뽑아야 하나"를 사전에 걸러내는 제도입니다. 2017년 도입 이후 7년이 지났지만, 솔직히 형식적 절차에 머물렀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습니다(출처: 고용노동부).
이번 개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심사 대상의 확대입니다. 기존에는 2017년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기준 1단계 기관에만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자치단체 출연·출자기관, 자회사 등 2단계 기관까지 포함됩니다. 심사 항목도 늘어났습니다.
이번 개정에서 추가된 심사 항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1년 미만 계약이 불가피한지 여부
- 초단시간 근무 형태가 실제로 필요한지 여부
- 적정임금과 공정수당 등 처우개선 예산이 적절히 편성되었는지 여부
- 파견·용역 사용 시 해당 업무가 상시·지속 업무인지 여부
사전심사위원회는 5인 이상으로 구성하되, 외부 위원이 전체의 40% 이상이어야 합니다. 기관 자문변호사처럼 사실상 내부인에 가까운 인사는 지양하도록 명시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권역별 전문가단을 직접 구성해 제공하겠다고 밝힌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제 경험상, 외부 위원이 형식적으로만 참여하면 심사가 기관 편의대로 결론 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 부분의 실제 운영 방식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무기계약직 전환 이후, 세대교체는 왜 막혔나
제가 도서관 현장에서 가장 뚜렷하게 체감한 문제는 사실 처우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2017년 전후로 대다수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Indefinite-term Contract) 일괄 전환이 이루어졌습니다. 무기계약직이란 계약 기간 만료 없이 정년까지 고용이 보장되는 형태로, 사실상 정규직에 준하는 고용 안정성을 갖습니다. 고용 불안이 해소된 것은 분명한 성과였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전환이 신규 채용 시장의 단절을 불러왔습니다. 이직률이 극히 낮은 공공기관 특성상, 기존 인력이 자리를 채운 채 움직이지 않으니 빈자리가 생기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한 몇몇 도서관의 경우, 중장년층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청년 신규 입직자가 거의 없는 기형적인 연령 구조가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조직 내 인력 순환이 완전히 멈춰버린 것입니다.
이를 단순히 "이직률이 낮아서"라고 돌리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한 설명이라고 봅니다. 신규 정원(Headcount)을 유연하게 확보하지 못한 기관의 구조적 한계, 그리고 퇴직 공백을 예측하지 못하는 경직된 예산 운용이 함께 작동한 결과입니다. 안정성과 역동성이 제로섬 게임인 것처럼 설계된 구조 자체가 문제였습니다.
지속 가능한 처우개선을 위한 조건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처우개선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각 기관은 매년 비정규직 노동자 현황과 임금 실태를 관리해야 하며, 전년 대비 비정규직이 10% 이상 증가한 경우에는 증가 사유까지 함께 기록해야 합니다. 상급기관은 연 1회 이상 소속·산하기관의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정기 점검합니다.
고용형태 공시제(Employment Type Disclosure)라는 관련 제도가 이미 운영 중입니다. 고용형태 공시제란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이 정규직·비정규직·파견·용역 등 고용 형태별 현황을 공개적으로 공시하는 제도입니다. 공공부문에서도 이와 유사한 실태 관리 의무가 강화되는 방향은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출처: 고용노동부 고용형태공시제).
제 경험상, 이런 제도는 데이터 수집까지는 잘 되는데 그 이후가 문제였습니다. 숫자가 쌓여도 분석하거나 개선 계획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결국 보고를 위한 보고로 끝납니다. 이번 개정안이 실효성을 갖추려면 직무전환교육(Job Rotation Training) 체계의 병행이 필수라고 봅니다. 직무전환교육이란 기존 인력이 새로운 업무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역량을 재개발하는 교육으로, 퇴직 공백을 점진적으로 설계하는 데도 기여합니다. 안정성과 역동성은 어느 하나를 포기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이 현장에서 얼마나 체감될지는 결국 점검과 평가의 실질성에 달려 있습니다.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걸 현장에서 배웠습니다. 공공부문이 모범 사용자 역할을 하려면, 비정규직 처우를 높이는 동시에 세대 간 공존이 가능한 채용 구조를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이번 개정안이 그 출발점이 되길 기대합니다.
참고: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http://www.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