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국민성장펀드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에 폭넓게 뿌려주는 펀드인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자금지원 내역을 보고 나서 생각이 조금 복잡해졌습니다. 퓨리오사 AI에만 총 8000억 원 내외가 투입된다는 소식, 국내 AI 반도체 생태계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분명 한 번쯤 고민해볼 만한 지점이 있습니다.
AI반도체 자금지원, 실제로 어떤 규모인가
이번에 금융위원회가 승인한 자금지원은 총 5건, 합산 규모로는 4조 1400억 원에 달합니다. 누적 기준으로는 16건에 12조 5000억 원이 승인된 셈인데,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솔직히 꽤 놀랐습니다. 단순한 정책 펀드치고는 규모 자체가 국가 기간산업 지원에 가까운 수준이기 때문입니다(출처: 금융위원회). 이번 자금지원의 핵심은 퓨리오사 AI입니다. 퓨리오사 AI는 국내 대표적인 팹리스(Fabless) 기업입니다. 여기서 팹리스란 자체 생산 공장 없이 반도체 설계만 전담하는 기업을 의미합니다. 직접 공장을 짓지 않고 TSMC 같은 파운드리에 생산을 위탁하는 구조죠. 이 회사는 현재 2세대 NPU인 레니게이드를 양산 중입니다. NPU(Neural Processing Unit)란 인공지능 연산에 특화된 반도체 칩으로, 일반 CPU보다 AI 계산을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프로세서입니다. 레니게이드는 5나노 공정과 HBM3 메모리를 탑재했으며, 차세대 제품인 스토크는 HBM4 기반으로 개발될 예정입니다. HBM(High Bandwidth Memory)이란 여러 개의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 쌓아 초고속 데이터 전송을 가능하게 만든 고대역폭 메모리로, AI 연산에서 병목 현상을 줄이는 핵심 부품입니다.
이번에 승인된 자금지원 내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퓨리오사 AI: 첨단기금 직접 지분투자 3700억 원 (총 8000억 원 내외 예정) - SK바이오사이언스: PCV21 글로벌 임상 3상 및 백신공장 증설에 3000억 원 저리 대출 - 스마일게이트그룹: 경기도 고양시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지분투자 2500억 원 및 후순위대출 2500억 원 - 엘앤에프플러스: LFP 양극재 생산공장 구축에 12년 장기·저리대출 2200억 원 - ㈜근우: 배전반 생산설비에 10년 장기·저리대출 200억 원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21가 폐렴구균 백신인 PCV21 상업화를 위한 글로벌 임상 3상 비용과 안동 소재 백신 생산 공장 증설에 자금이 쓰일 예정입니다. 임상 3상(Phase 3 Clinical Trial)이란 신약이나 백신을 대규모 인원에게 투여해 효능과 안전성을 최종 검증하는 단계로, 상업화 직전에 거치는 가장 중요한 관문입니다. 제가 직접 바이오 업계 흐름을 살펴봐온 입장에서 보면, 이 단계에서 자금이 막혀 좌초되는 프로젝트가 적지 않다는 걸 알기에 이 부분만큼은 타이밍이 적절하다고 느꼈습니다(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형평성 논란, 이 돈이 진짜 '국민 성장'으로 이어질까
저는 이번 발표를 보면서 한 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국민성장펀드라는 이름이 과연 이 자금 배분 구조와 어울리는가, 하는 점입니다. 이번 승인 5건을 보면 모두 이미 업계에서 인지도가 있는 대기업, 중견기업, 유망 스타트업 위주입니다. 퓨리오사 AI는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이미 주목받고 있는 기업이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으로 이름이 알려진 상장사입니다. 스마일게이트는 영업이익 기준 국내 3위 게임사라고 발표 자료에 직접 명시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물론 메가프로젝트라는 전략적 투자 방식이 국가 기술 경쟁력을 키우는 데 유효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도 AI 반도체 분야에서 NVIDIA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충분히 공감합니다. 소버린 AI, 즉 특정 국가나 기업에 종속되지 않고 독자적인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지금 전 세계 주요국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전략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제 경험상 이런 방식에는 늘 같은 문제가 따라붙었습니다. 정작 자금이 절실한 초기 기술 벤처나 중소기업은 지원 요건 자체를 충족하기 어렵고, 결국 자금력과 조직력을 갖춘 기업들이 계속 수혜를 독식하는 구조가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고양시 AI 데이터센터 관련 투자도 개인적으로는 검증 지표가 더 공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인프라로, 탄소 배출과 지역 전력망 부하 문제가 실질적으로 발생합니다. 후순위대출 2500억 원이 포함된 구조라면, 사업이 부실화될 경우 국민 혈세의 회수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도 따져봐야 할 대목입니다. 후순위대출이란 채권 회수 순위에서 일반 대출보다 후순위에 위치하는 자금으로, 부실 시 원금 회수가 어렵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솔직히 좀 더 투명하게 공개해주길 바랐습니다. 국민성장펀드가 누적 12조 5000억 원을 집행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 그 성과 지표와 회수 전략도 그만큼 구체적으로 국민 앞에 공개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첨단전략산업기금 누적 승인액이 5조 1700억 원에 달하는 지금 시점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실제 투자 판단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퓨리오사 AI의 차세대 NPU가 실제로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이 글로벌 임상을 통과해 한국 바이오의 이름을 올려주는 그림이 실현되길 저도 진심으로 바랍니다. 다만 '국민성장'이라는 이름을 달았다면, 그 성과가 일부 기업의 기업가치 상승에 머물지 않고 실제로 더 넓은 산업 생태계와 국민 경제에 닿을 수 있도록 집행 과정의 투명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것, 그게 이 소식을 지켜보는 우리가 할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 참고: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http://www.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