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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량제봉투 대란 (재생원료, 나프타, 폐비닐 재활용)

by news72331 2026. 6. 8.

솔직히 저는 종량제봉투가 새 플라스틱 원료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마트에서 봉투를 집어들 때마다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냥 쓰레기 담는 봉투니까, 싸고 질기면 그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올해 초 마트 진열대에서 종량제봉투가 씻은 듯이 사라지는 걸 보고서야 이 봉투 하나에도 원자재 수급 구조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처음 실감했습니다. 이미 20년 전부터 폐비닐만으로 종량제봉투를 만드는 기술이 존재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폐비닐 100% 재생원료로 만드는 종량제봉투, 기술은 이미 있었다

마트에서 종량제봉투를 사재기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는 속으로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사태의 원인이 나프타(naphtha) 수급 불안이었는데, 나프타란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얻는 액체 탄화수소 혼합물로, 플라스틱 원료인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만드는 핵심 석유화학 원료입니다. 쉽게 말해 주사기나 수술용 장갑 같은 고급 의료 제품부터 종량제봉투까지 같은 원료에서 출발한다는 뜻입니다. 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수입 나프타 물량의 절반가량이 막힐 수 있다는 불안이 퍼졌고, 품귀 현상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소동이 벌어지는 동안 경남 창원에서는 조용히 압출기 8대를 풀가동하고 있는 회사가 있었습니다. 종량제봉투 제조업체 인테크입니다. 이 회사는 이미 2015년에 재생원료(recycled raw material) 100%로 종량제봉투를 생산하는 기술을 완성했습니다. 재생원료란 버려진 폐비닐을 수거해 세척·파쇄·용융 과정을 거쳐 다시 쓸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한 원료를 말합니다. 전국 100여 개 종량제봉투 제조업체 가운데 재생원료만으로 제품을 만드는 곳은 지금도 인테크가 유일합니다.

제가 이 기술에서 특히 눈길이 간 부분은 생산 방식이었습니다. 일반적인 봉투는 비닐 한 장을 뽑아 양쪽 끝을 붙이는 방식으로 만드는데, 인테크는 안쪽 면과 바깥쪽 면을 각각 따로 만든 뒤 합쳐 압출하는 이중 구조 방식을 씁니다. 이를 공장 용어로 다층 공압출(multi-layer co-extrusion)이라고 합니다. 다층 공압출이란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소재를 층층이 쌓아 동시에 뽑아내는 기술로, 단일 층 필름에 비해 인장력과 내구성이 월등히 높습니다. 한 가닥 실보다 두 가닥을 꼬은 실이 더 질긴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쓰레기가 가득 찬 봉투일수록 무게를 버티는 인장력(tensile strength)이 중요한데, 인장력이란 소재가 늘어나거나 끊어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최대 힘을 가리킵니다.

인테크가 이 기술로 환경표지인증과 녹색기술인증까지 받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환경표지인증이란 환경부가 제품의 환경성을 심사해 일정 기준 이상인 제품에 부여하는 국가 인증 제도입니다. 이미 공신력 있는 검증을 받은 기술이 10년 가까이 시장의 관심 밖에 머물렀다는 사실이 조금 씁쓸하게 느껴졌습니다.

인테크가 종량제봉투 생산에 활용하는 재생원료의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 비닐하우스 피복재로 쓰인 농업용 폐비닐
  • 볏짚이나 사료를 감싸는 곤포 사일리지(bale silage) 비닐
  •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용 폐비닐
  • 랩 필름류 폐비닐
  • 기타 가공 적합 폐비닐

원료별로 점도와 물성이 달라 그냥 섞는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배합 비율과 가공 조건을 수없이 실험하며 2007년 재생원료 50% 제품을 먼저 개발하고, 이후 8년을 더 들여 2015년에야 100% 제품을 완성했습니다. 이 과정이 얼마나 지난했을지, 제가 생각해도 웬만한 집념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 같습니다.

폐비닐로 종량제봉투 만들기

10년 전 건의도 무시당했던 기술, 왜 지금에야 주목받나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인테크 측이 재생원료 종량제봉투의 필요성을 정부에 건의하기 시작한 건 무려 10년 전이었습니다. 지난해에는 담당 공무원이 직접 공장까지 찾아와 생산 현황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선제적인 제도 개선이나 보급 지원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결국 중동 전쟁이라는 외부 충격이 터지고 나서야 정부가 움직였습니다. 사후약방문식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사용하는 종량제봉투는 약 18억 장, 무게로는 3만 5000톤 수준입니다(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반면 비닐하우스용 농업용 폐비닐만 연간 5만 톤, 곤포 사일리지 비닐이 1만

2만 톤 발생합니다. 산업용 폐비닐까지 합산하면 종량제봉투 수요를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는 원료가 이미 국내에 쌓여 있다는 의미입니다. 생산 원가 측면에서도 나프타 기반으로 만들 경우 연간 750억

800억 원이 드는 반면, 재생원료를 활용하면 500억~550억 원 수준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환경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훨씬 유리한 구조인 셈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른 문제입니다. 자취를 시작하고 나서 종량제봉투 값이 생각보다 부담스럽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편의점에서 낱개로 살 때마다 '어차피 한 번 쓰고 버리는 건데' 싶었거든요. 그 봉투가 의료용과 동일한 고급 원료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면 더 일찍부터 의문을 품었을 것 같습니다. 재생원료 봉투가 냄새가 나거나 품질이 낮을 거라는 선입견이 있는 분들도 있는데, 제가 직접 확인해봤는데 원료 자체는 전문 업체에서 세척·가공한 것이라 위생 문제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더 눈에 띄는 건 기술 이전 방식입니다. 인테크는 올해 4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재생원료 종량제봉투 제작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20년 가까이 공들여 개발한 기술을 무상으로 이전하기로 했습니다(출처: 기후에너지환경부). 자원순환(resource circulation) 측면에서도 상징적인 결정입니다. 자원순환이란 폐기물을 다시 자원으로 되돌려 사용하는 경제 구조로, 매립·소각으로 끝나던 폐비닐의 흐름을 제품 원료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이 기술은 순환경제(circular economy)의 실질적인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순환경제란 자원을 최대한 오래 활용하고 폐기물 발생 자체를 줄이는 경제 모델입니다.

중동 전쟁 직후에 하루 세 시간씩 자며 주문을 소화했다는 이영상 대표의 이야기가 남다르게 들립니다. "20년의 노력이 가치 있다는 인정을 받은 것만으로도 위안"이라는 말, 그 한마디에 오랜 시간 외면당한 사람의 무게가 실려 있었습니다. 아내이자 품질관리 책임자인 박인숙 팀장과 함께 버텨온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기술이 가능했던 겁니다.

아직 재생원료 종량제봉투의 보급률은 극히 낮습니다. 이번 협약이 제도 개선과 설비 지원으로 이어져 실질적인 전환이 이루어지는지,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독자분들도 마트에서 종량제봉투를 고를 때 재생원료 표시나 환경표지인증 마크를 한 번쯤 확인해보시면 어떨까요. 봉투 하나를 고르는 작은 선택이 생각보다 훨씬 큰 흐름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참고: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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