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알려진 주민자치회, 실제로는 이사 온 지 1년이 안 됐다는 이유로 문 앞에서 되돌아간 적 없으셨나요? 저는 도서관정보학을 공부하던 시절, 지역사회 정보 복지와 주민 참여 커뮤니티를 연구하면서 이 문제를 직접 마주한 적이 있습니다. 좋은 취지임에도 신규 전입자나 다문화 구성원에게는 높은 진입 장벽이 있었고, 그 점이 내내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2025년, 이 구조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참여 문턱이 낮아진다는 것, 정말 달라지는 걸까요
행정안전부는 2025년 4월 지방자치법 개정에 따라 주민자치회 설치·운영에 관한 참고조례 전부개정안을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했습니다. 참고조례란 각 지자체가 조례를 만들 때 기준으로 삼는 표준 모델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전국 주민자치회 운영 방식의 기본 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번 개정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거주 요건 삭제입니다. 기존에는 해당 읍·면·동에 1년 이상 거주해야 위원 자격이 주어졌는데, 이 조항이 아예 없어졌습니다. 이사 온 다음 날부터 참여 신청이 가능해진 셈입니다. 저는 이 변화가 작아 보여도 실질적인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상 지역에 새로 정착한 사람일수록 동네 문제에 오히려 더 민감하고, 변화 의지도 강한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런 에너지가 제도 밖에서만 맴돌았다는 게 오래된 아이러니였습니다.
영주권자 등 일정 자격을 갖춘 외국인 주민에게도 위원 자격을 부여한 것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여기서 영주권이란 외국인이 해당 국가에 기한 없이 체류하고 거주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의미합니다. 단순히 거주만 하는 게 아니라 생활 기반 자체를 지역에 두고 있는 외국인 주민들이 의사결정 테이블에 앉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행안부는 전문가 자문회의 5회, 권역별 토론회 4회, 전국 주민자치회 위원과 담당 공무원 등 1만 733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해 이번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출처: 행정안전부).
이번 개정에서 달라진 주요 참여 자격 확대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해당 읍·면·동 1년 이상 거주 요건 삭제 → 신규 전입자 즉시 참여 가능
- 영주권자 등 일정 자격을 갖춘 외국인 주민에게 위원 자격 부여
- 분과위원회 참여 대상 확대 → 지역 내 사업장·학교·기관 소속 임직원도 참여 가능
분과위원회란 주민자치회 내에서 특정 분야(환경, 복지, 안전 등)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소위원회 구조를 말합니다. 거주민이 아니어도 지역과 연결된 사람이라면 문이 열렸다는 점에서, 지역사회 협력 기반이 실질적으로 넓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 부분에서 한 가지 걱정이 앞섭니다. 개방성이 커질수록 기존 주민 조직과의 정서적 마찰, 이른바 '텃세'가 표면화될 가능성도 함께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이를 중재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현재 개정안에는 충분히 담겨 있지 않아 보입니다.

주민총회 권한 확대, 좋은 변화에 따라붙는 진짜 질문
주민총회의 의결 권한도 이번에 눈에 띄게 넓어졌습니다. 기존에는 비교적 제한적이던 의결 안건이, 이번 개정으로 운영세칙 제·개정, 연계 법인 운영, 주민조례발안 청구 추진 등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주민조례발안이란 주민이 직접 조례 제정이나 개정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로, 의회를 거치지 않고 주민 스스로 입법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직접민주주의 수단입니다. 이 권한이 주민총회와 연결되었다는 건, 회의실 안의 이야기가 실제 법과 예산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자치계획과 주민참여예산의 연계는 제가 오래 기다려온 변화입니다. 주민참여예산이란 지방자치단체 예산의 일부를 주민이 직접 제안하고 결정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이번 개정으로 주민총회에서 결정한 사업이 실제 예산 편성으로 연결될 수 있게 됐고, 지방자치단체장이 주요 정책과 예산사업 정보를 사전에 주민자치회에 제공해야 하는 근거도 마련되었습니다. 정책 수립 단계부터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생긴 것입니다(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여기서 저는 솔직히 두 가지 시선이 교차합니다. 긍정적인 방향이 분명하지만, 사회적협동조합 등 연계 법인 설립을 통한 수익사업과 공공서비스 위탁이 가능해진 구조는 그 자체로 새로운 위험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이란 취약계층 지원이나 지역사회 기여를 목적으로 설립되는 협동조합 형태의 법인으로, 일반 기업과 달리 공익성을 전제로 합니다. 그런데 이 법인이 예산 집행과 직결되면, 주민자치회가 특정 집단의 이권 다툼 구조로 변질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제 경험상 좋은 제도일수록 운영 주체의 구성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를 자주 봤습니다.
이번 개정안이 예산 집행 투명성과 감사 체계에 대해 얼마나 구체적인 장치를 마련했는지, 각 지자체가 참고조례를 어떻게 지역 여건에 맞게 실질적으로 구현하느냐가 이 제도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주민자치회 참고조례 전부개정은 분명히 의미 있는 진전입니다. 다양한 구성원이 지역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생겼고, 주민총회의 권한도 실질적으로 커졌습니다. 다만 제도의 문을 여는 것과 그 문 안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이 이루어지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번 개정안이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특히 연계 법인 운영과 예산 집행 과정에서 감시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사는 동네의 주민자치회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한 번 직접 들여다보시는 건 어떨까요.
참고: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