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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스타트업 (비수도권, 자금지원, 지역생태계)

by news72331 2026. 6. 9.

지인의 창업 멘토링을 돕다가 뼈저리게 느낀 게 있습니다. 아이디어도 기술력도 충분한데, 투자자를 만날 채널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몇 달째 제자리를 맴돌았거든요. 중기부가 비수도권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최대 12억 원을 지원하고 지역 거버넌스까지 구축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진작 이랬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비수도권 스타트업이 겪는 실제 문제

지역에서 기술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부딪히는 장벽이 있습니다. 단순히 "서울이 아니라서"가 아니라, 벤처캐피탈(VC)이라 불리는 민간 투자 기관들이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초기 투자 유치 자체가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여기서 벤처캐피탈이란 성장 가능성 있는 초기 기업에 자본을 투자하고 수익을 추구하는 금융 기관을 말합니다. 지역 스타트업은 IR 피칭(Investor Relations Pitching), 즉 투자자 앞에서 사업 아이디어와 성장 가능성을 발표하는 기회 자체를 잡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제가 멘토링을 도왔던 지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전에서 의료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던 팀이었는데, 기술력은 충분했지만 투자 상담 한 번을 위해 서울 출장을 반복해야 했습니다. 기술개발에 써야 할 시간과 비용이 이동과 네트워킹으로 소진되는 구조였습니다. 인재 채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개발자나 연구 인력 대부분이 수도권 취업을 선호하다 보니, 지역 스타트업은 핵심 인력을 붙잡아 두는 것 자체가 고비였습니다.

이 문제가 오래된 고질병이라는 사실은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23년부터 운영해온 초격차 스타트업 프로젝트에서 비수도권 기업의 선정 비율은 2023년 28.7%에 불과했습니다(출처: 중소벤처기업부). 선정 기업 열 곳 중 일곱 곳 이상이 수도권이었다는 뜻입니다. 정책 의지가 있어도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결과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숫자였습니다.

초격차 스타트업

자금지원 구조, 어떻게 바뀌었나

올해 초격차 스타트업 프로젝트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지원 체계의 이원화입니다. 선정된 기업은 3년간 최대 6억 원의 사업화 자금을 받고, 별도 평가를 거쳐 최대 6억 원의 R&D(연구개발) 자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습니다. R&D란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 및 개발 활동 전반을 뜻하며, 초기 스타트업이 기술 고도화를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투자 항목입니다. 두 항목을 합산하면 기업당 최대 12억 원의 직접 지원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여기에 더해, 3년 지원을 마친 기업 중 매출·고용·투자 성과가 우수한 15개사를 선별해 글로벌 스케일업(Global Scale-up) 자금으로 최대 10억 원을 추가 지원합니다. 글로벌 스케일업이란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에서 빠르게 사업 규모를 확대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단발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성장 단계에 따라 자금을 연속적으로 투입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설계입니다.

올해 선정 방식도 다양해졌습니다. 일반공모 외에 민간 검증과 부처 추천 방식을 병행해 총 200개사를 선발했으며, 일반공모 기준 경쟁률은 16.8대 1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지원 체계를 기존 10대 초격차 분야에서 6대 전략산업·12대 신산업 체계로 개편한 것도 이번 변화의 핵심입니다. 시장 변화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분야 분류 자체를 손본 것입니다.

주요 지원 항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사업화 자금: 3년간 최대 6억 원 (선정 기업 전체)
  • R&D 자금: 별도 평가 후 최대 6억 원 추가
  • 글로벌 스케일업 자금: 우수 기업 15개사 대상 최대 10억 원 추가
  • 성장 단계별 맞춤 지원: 기술개발 인프라, 개방형 혁신, 투자 유치, 수출 연계

지역생태계 확산, 구조가 관건이다

비수도권 신규 선정 비율이 2023년 28.7%에서 올해 35.5%까지 꾸준히 오른 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흐름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수치를 보면서 동시에 다른 생각도 했습니다. 여전히 전체의 64% 이상이 수도권 기업이라는 사실, 즉 지역 가점이나 선정 비율 확대만으로는 고질적인 불균형을 뒤집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중기부는 이번 발표와 함께 '초격차 지역 거버넌스' 구축 계획을 밝혔습니다. 전국 10개 지방청을 중심으로 지자체, 유관기관, 벤처캐피탈, 스타트업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거버넌스(Governance)란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참여해 정책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협력 체계를 의미합니다. 이론적으로는 올바른 방향입니다. 다만 거버넌스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참여 기관들이 실질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가져야 합니다. 행사 개최 수준에 머문다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지역에서 창업을 준비하던 지인이 가장 힘들어했던 부분은 자금보다 사람이었습니다. 실력 있는 개발자나 마케터를 지역에서 찾기가 어렵고, 어렵게 채용해도 수도권 기업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결국 떠나버렸습니다. 보조금이 끊긴 이후를 버티려면 민간 투자 유치와 지역 내 소비 생태계가 받쳐줘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이번 발표에는 아직 부족해 보입니다. 파두, 리벨리온, 퓨리오사AI 같은 유니콘 기업의 탄생은 분명 성과지만, 이들이 비수도권 기업은 아니었습니다. 지역에서 출발한 기업이 그 자리에 머물면서 성장하는 사례가 나와야 진짜 생태계 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역 창업자라면 지금 챙겨야 할 것들

기술특례상장(기술성장기업 상장특례)이라는 제도도 이번 성과 지표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술특례상장이란 매출이나 수익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지원을 받은 기업 중 17개사가 이 방식으로 코스닥에 진입했다고 하니, 지역 기술 스타트업에게는 충분히 현실적인 출구 전략(Exit Strategy)이 될 수 있습니다.

비수도권에서 기술 창업을 준비 중이라면, 이번 초격차 스타트업 프로젝트를 단순히 "지원금 받는 사업"으로만 볼 게 아닙니다. 분야별 전문기관과의 연결, 투자설명회(IR) 참여, 대기업·중견기업과의 밋업 프로그램까지 패키지로 엮여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합니다. 창업 생태계란 결국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네트워크이기 때문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 발표에 따르면, 2023년부터 현재까지 총 804개사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육성되고 있으며, 지원 기업 중 13개사가 총 677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제도를 잘 활용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사이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지역에서 뛰어난 기술을 갖고도 인프라 부족으로 좌절하는 팀을 곁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이번 지원 확대의 방향성은 진심으로 반갑습니다. 다만 자금 지원이 끝난 이후에도 기업이 자생할 수 있는 민간 투자 생태계와 현지 정주 여건이 함께 갖춰지지 않으면, 결국 지원을 받은 기업이 성장하면서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흐름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지역 가점 도입과 거버넌스 구축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는지, 앞으로 3년이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참고: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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