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MOU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꽤 근사하게 느꼈습니다. 국가 간에 도장을 찍고, 악수를 나누고, 협력을 다짐하는 그림이 뭔가 대단해 보였거든요. 그런데 막상 실무에서 MOU 업무를 보조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번에 한국과 캐나다가 토론토에서 우주·방산 분야 MOU 3건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 시절 기억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MOU 3건 체결의 실제 의미 — 팩트부터 짚어보면
이번 행사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코트라(KOTRA) 주관으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입니다. 여기서 코트라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를 뜻하며, 해외 시장 개척과 외국인 투자 유치를 담당하는 국내 대표 무역 공공기관입니다. 한화와 현대차를 포함한 양국 기업 50여 명이 모여 방산, 우주, 수소 등 미래 산업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체결된 MOU(양해각서) 3건은 위성통신, 발사장, 방산차량 등 우주·방산 분야를 다루고 있습니다. MOU란 Memorandum of Understanding의 약자로, 정식 계약 체결 전에 양측이 협력 의사와 방향을 확인하는 사전 합의 문서입니다.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이 점이 바로 제가 실무에서 배운 첫 번째 현실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번 협력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한화와 캐나다자동차부품제조협회(APMA) 간 MOU를 기반으로 마틴레아(Martinrea) 같은 자동차 부품 제조사들이 방산 협력에 참여한다는 점입니다. 온타리오주 자동차 산업 인프라를 방산 제조 공급망(Supply Chain)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입니다. 공급망이란 부품 조달부터 완성품 납품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연결 네트워크를 의미합니다. 자동차 부품 제조 역량을 방산 장비 생산에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는 상당히 전략적으로 보입니다.
이번 협력의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위성통신 분야: 한국 기업의 위성 기술과 캐나다의 광활한 지리적 인프라 결합 가능성
- 발사장 분야: 캐나다 북부 지형을 활용한 발사체 운용 협력
- 방산차량 분야: 온타리오 자동차 부품 제조 기반을 방산차량 부품 생산으로 확장
- 수소 분야: 현대차의 수소 기술과 캐나다의 수소 자원 매장량 연계
한국이 세계 수준의 방산 수출국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2023년 한국 방산 수출 규모는 약 140억 달러를 기록해 세계 9위 방산 수출국에 진입했습니다(출처: 방위사업청). 캐나다의 탄탄한 제조 인프라와 이 수출 역량이 결합하면 제3국 공동 진출 시나리오도 단순한 희망 사항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생태계 협력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 제 경험을 비춰보면
일반적으로 국가 간 MOU 체결은 곧 실질적인 사업으로 이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이전 직장에서 해외 바이어와 MOU 업무를 보조했을 때, 저는 서명식이 끝난 뒤가 진짜 시작이라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화려한 서명식 사진이 보도자료로 나간 후, 정작 후속 실무 협의는 몇 달이 지나도 진전이 없는 경우를 여러 번 봤습니다.
제가 당시 직접 목격한 가장 큰 걸림돌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기술 이전 범위를 둘러싼 이견이고, 다른 하나는 수익 분배 구조를 명확히 하지 않은 채 MOU를 맺었던 점입니다. 선언적 합의는 있는데 세부 조건이 없으니 실무자들은 매번 원점에서 협의를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이번 한-캐 협력이 이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필요합니다.
방산 분야에서 특히 민감한 것이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입니다. 방산 협력에는 ITAR(국제무기거래규정)처럼 기술 이전을 엄격히 통제하는 국제 규범이 존재합니다. ITAR란 미국이 주도하는 방산 기술 수출 통제 체계로, 미국산 부품이나 기술이 포함된 무기 시스템을 제3국에 이전할 때 반드시 미국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규정입니다. 캐나다 기업과의 방산 협력에도 이 규정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법적 검토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기술력이 뛰어난 해외 파트너와 한국의 신속한 제조 역량이 결합했을 때 발생하는 시너지는 제가 경험으로 확인한 부분입니다. 단순히 제품을 사고파는 수출입 구조에서는 그 효과가 제한적이었습니다. 반면 기술 로드맵을 공유하고 인재까지 교류했던 프로젝트는 실제로 본계약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훨씬 높았습니다. 강훈식 특사가 언급한 "기술, 안보, 인재를 연결하는 생태계 협력"이라는 표현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면, 이 세 가지를 연결하는 실행 계획이 공개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캐나다 간 방산·우주 협력의 제도적 기반은 양국 간 방산 협력 협정(DPSA) 체결 여부와도 연결됩니다. DPSA란 Defence Production Sharing Agreement의 약자로, 방산 물자와 기술의 상호 이전을 허용하는 양자 협정입니다. 현재 캐나다는 미국과 이 협정을 맺고 있어 북미 방산 공급망에 깊숙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국이 캐나다와 방산 협력을 심화할수록, 이런 규범적 토대를 함께 다져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출처: 산업통상자원부).
결국 이번 MOU 3건이 의미를 가지려면, 앞으로 6개월에서 1년 안에 구체적인 사업화 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과거 외교 현장에서 화려하게 출발했다가 조용히 사라진 MOU들을 떠올리면, 이번에는 다른 경로를 걷기를 바라는 마음이 솔직히 큽니다. 실무자들이 제3국 공동 진출을 위해 움직일 수 있도록, 재원 조달 방식과 기술 보호 제도가 선언보다 먼저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그것이 '생태계 협력'이라는 말을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