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AI 에이전트 기반의 '민생 10대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했습니다. 농축산물 가격 비교부터 국세 상담까지, 일상 깊숙이 파고드는 AI 서비스가 올해부터 순차 개시됩니다. 저도 최근 장을 보면서 들쭉날쭉한 식재료 가격 때문에 꽤 고생한 적이 있어서, 이 소식이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AI 에이전트, 장바구니 앞에 서다
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이 삼겹살이 이번 주에 오른 건지, 원래 이 가격인지" 헷갈려 보신 적 있으십니까? 저는 솔직히 꽤 자주 그런 상황을 겪었습니다. 가계부를 꼼꼼히 쓰는 편인데도, 농축산물 가격은 워낙 등락폭이 커서 기준 잡기가 쉽지 않더군요.
이번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프로젝트 가운데 'AI 에이전트 기반 농축산물 알뜰 소비정보 플랫폼'이 눈에 띈 건 그래서입니다. 여기서 AI 에이전트(AI Agent)란, 사용자가 일일이 검색하지 않아도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판단해 맞춤형 결과를 제시하는 자율형 AI 시스템을 말합니다. 단순한 검색 기능과는 결이 다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비슷한 방식의 상용 서비스로 자녀 영양제를 고를 때 성분과 가격 추이를 함께 분석해 주는 AI 비서 기능을 활용한 적이 있습니다. 수십 개 상품의 정보를 손수 비교할 필요 없이, 조건을 입력하면 필요한 결론만 추려줬습니다. 소비 결정에 들이는 시간과 피로감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공공 플랫폼에서 이런 수준의 서비스가 구현된다면,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체감으로 줄이는 데 적잖이 기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올해 개시되는 4대 프로젝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AI 에이전트 기반 농축산물 알뜰 소비정보 플랫폼
- AI 국세상담 시스템
- 아동·청소년 위기대응 서비스
- AI 기반 국가유산 해설 솔루션

국세 상담에 AI가 들어오면 생기는 일
국세 상담 시스템에 AI가 도입된다는 소식에, "드디어 세무사 없이도 되겠다"고 반기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저도 처음엔 비슷한 반응이었습니다. 그런데 좀 더 생각해 보니 마냥 반갑지만은 않더군요.
이 시스템의 핵심은 자연어 처리(NLP, Natural Language Processing) 기술입니다. 자연어 처리란 사람이 일상에서 쓰는 말과 글을 컴퓨터가 이해하고 분석하는 기술로, AI 챗봇이나 음성 인식 서비스의 근간이 되는 기술입니다. 덕분에 복잡한 세무 용어를 몰라도 평소 말하듯 질문을 입력하면 답변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문제는 세무 판단이 맥락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동일한 거래라도 사업자 유형, 업종, 계약 구조에 따라 부가가치세 처리가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AI가 일반적인 답변을 정확하게 제공하는 것과, 개별 상황에 맞는 세무 판단을 내리는 것은 전혀 다른 수준의 일입니다. 실제로 국내 AI 챗봇 서비스의 오답률은 분야와 질문 유형에 따라 상당한 편차를 보인다는 점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정보화진흥원).
"AI가 알려줬으니까 맞겠지"라고 믿었다가 가산세를 무는 상황이 생긴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집니까? 이 질문에 아직 명확한 답이 없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디지털 소외 계층, 이 서비스의 바깥에 있는 사람들
AI 서비스가 좋아지면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전제가 좀 위태롭다고 봅니다. AI 기반 공공 서비스의 혜택이 커질수록,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계층의 상대적 박탈감도 함께 커지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정보 격차(Digital Divide)라는 개념이 여기서 중요합니다. 디지털 디바이드란 디지털 기기나 인터넷에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에서 발생하는 집단 간 불평등을 뜻합니다. 단순히 스마트폰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얼마나 빠르게 습득하느냐의 차이까지 포함합니다.
2024년 기준 국내 고령층(70세 이상)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 대비 64.5% 수준에 그쳤습니다(출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AI 에이전트 기반 인터페이스는 기존 웹사이트보다 사용법이 더 직관적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텍스트 입력 방식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또 다른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국세 상담이나 소상공인 컨설팅처럼 정작 도움이 절실한 분들이 서비스의 바깥에 놓일 수 있다는 점, 이번 프로젝트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임 소재, 아직 아무도 대답하지 못한 질문
소상공인 AI 창업·경영 컨설팅 솔루션처럼 실질적인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가 내년 상반기에 추가로 개시될 예정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솔직히 가장 신경 쓰입니다.
AI가 내놓은 컨설팅 결과를 믿고 창업했다가 폐업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 책임을 어디에 물을 수 있을까요? 현행 법체계에서 AI의 판단에 대한 법적 책임 소재는 매우 불분명합니다. 설명 가능한 AI(XAI, Explainable AI)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는데, XAI란 AI가 어떤 근거로 특정 결론에 도달했는지를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설명해 주는 기술을 말합니다. 이 기술이 충분히 적용되지 않으면, 잘못된 안내가 나왔을 때 원인조차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AI 민생 서비스가 가져올 편의성과 효율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복잡한 행정 절차를 AI가 대신 정리해 준다거나, 방대한 법령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검색해 답변을 구성해 주는 기능은 분명히 유용합니다. 다만 "유용하다"는 것과 "안전하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AI 서비스의 기능 고도화와 동시에, 오작동·오안내 발생 시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망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한 기술 전시로 그치지 않으려면, 서비스 개시 이후의 모니터링 체계와 이용자 피드백 반영 프로세스가 얼마나 내실 있게 운영되는지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AI 기술 혁신의 혜택이 진짜로 민생에 닿으려면, 빠른 개시만큼이나 꼼꼼한 사후 관리가 함께여야 합니다. 정부 발표에 기대를 갖되, 앞으로 실제 서비스를 써보면서 직접 확인해 볼 생각입니다.
참고: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